한 달간의 방학 동안 아이들이랑 복작복작 즐겁게 지냈는데.
우리 아빠가 보기엔
애들 삼시세끼 챙겨주고,
아침부터 도서관 데리고 다니고,
애들 책을 스무 권씩 끙끙 짊어지고,
하루에도 몇 번씩 애들 둘 번갈아가며 라이딩하고,
돌아오면 숙제 봐주고, 책 읽어주는 내 삶이 무척 고단하고 힘들어 보였 나보다.
잘 챙겨 먹어라.
혹은
밥은 먹었니?
라는 메시지도 가끔 보내오셨다.
날씨가 너무 더웠던 어느 날.
운전 못 하시는 (아니, 사실은 장롱면허라 안 하신다.) 우리 아빠는
마을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샌드위치를 한 아름 안고 오셨다.
아침에 전화로 "애들은 무슨 샌드위치 좋아하니?" 하셔서
"치킨 들어간 건 다 잘 먹어!" 했다.
평소에도 애들 좋아하는 과일, 떡 잘 챙겨주셔서 다음에 애들 놀러 가면 사줄라나보다 했는데..
목요일이 제일 바쁘고 힘든 날 아니냐면서,
중간에 애들이랑 간식으로 먹으라고 가져오셨단다.
엄마랑 통화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목요일은 바빠서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~ 했었는데..
그걸 왜 또 기억하고 그래.
목구멍까지 "이 더운데 왜 이걸 사들고 와!" 하는 말이 차올랐지만,
"우리 아빠 더운데 이게 다 뭐야~~~~ 너무너무 잘 먹을게~~~"하고 하이톤으로 외쳤다.
고맙고 뭉클하고 뭔가 미안하기도 하고...
아빠가 샌드위치 한아름 안겨주고 가시는데 배웅하고 뒤돌아 들어와서 혼자 한참 울었다.
아이 데리러 가야 해서 아빠랑 커피 한 잔 못 마시고 바로 보내드려서 더더욱 미안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.
칠순이 코앞인 아빠는 아빠 본인 좀 잘 챙기지.
서른 중반인 딸내미를 아직도 걱정하고 마음 쓰고.
평생 가족한테 헌신하고 너무 성실하게 살아온 우리 아빠.
아빠를 생각하면 뭔가 마음 한편이 시리다.